[뱅드림] 덧없는 세상에 피는 장미의 이름은, 카오루와 치사토의 관계성 (스압/스포주의)

2023. 7. 29. 15:30일본장르/게임

백업사유 🔽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두 사람이 해바라기 밭에서 사랑을 나누어서....

쓰발 오른쪽 에피소드 대체 뭐임? 지금 얘네 나에게 뭘 보여주고 있는거임? 이런 사적인 순간을 내가 엿봐도 되는 거임? 둘이 사궈? 둘이 사랑함? 둘이 결혼했음? 했나보다

 

공식이 더럽게 장사한다 더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간만에 옛날글 백업해봄

 

*첫 번째 과거벤(이마소바) 뜨기도 전인 18년도에 쓴 옛날 글이라 이벤스 거치면서 캐해 바뀐 지점도 더러 있지만 당시의 캐해도 나름의 재미라서 그대로 두었음

 


 

 

*주의*

[덧없는 세상에 피는 장미의 이름은] 전체 스포, 

파스파레 2장 밴드스토리 [다시 한 번 루미너스],

 이벤트 [리틀 스마일 스텝] [덧없는 향기 넘치는 화이트데이 뮤지컬] [꿈으로 이어지는 프롬나드] [아리사의 '나쁘지 않은' 휴일] 일부 스포 있음

이번 일도리 이벤트 [무대 뒤의 메소드]를 보고나니 간만에 로미줄리 이벤트 [덧없는 세상에 피는 장미의 이름은]이 너무 보고 싶어서 돌려 봤어. 어쩜 봐도봐도ㅠㅠㅠ미쳤다는 소리밖에 안나오는 쩌는 퀼리티의 갓이벤트임 이건ㅠㅠ

하 둘의 관계성을 로미오랑 줄리엣에 비유할 생각을 어떻게 다 했지? 진짜 저거 쓴 작가 하와이 보내줘라ㅠㅠㅠ

요즘 돌아가는 거 보고 있으니 작가진은 그대로인데 일러진만 하와이로 나른듯ㅠ

 

 

내가 아는 애들은 얘네인데 요즘 일러는 참....초면같더라구ㅠ



 

갠적으로 [덧없는 세상에 피는 장미의 이름은] 이벤스는 작가가 영혼 갈아넣은 이벤스라고 생각해.

앞뒤 상황설명이랑 연극내용 제대로 풀면 이 스토리만으로 단편만화 내지 극장판 하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콩깍지)

 

다른 이벤스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게 아님! 뱅드림 스토리는 여러 이벤트에 걸쳐 성장스토리를 연결하기 때문에 개별 이벤스만으로는 딱 끝내지 않잖아. 그 점이 계속 게임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고 말야.

근데 로미줄리 이벤트는 이 이벤트만으로 하나의 관계성이 기승전결로 확실하게 마무리 된 느낌이야.

내가 이걸 뱅드림 입덕하기 전에 봤는데 사전 설명, 배경지식 하나도 없이 카오루와 치사토의 관계성을 그대로 이해해버렸거든.

그리고 입덕 후 치사토랑 카오루의 캐릭터에 대해서 알고 나서 다시 보니까 더 깊어지는 스토리ㅠㅠㅠ

 

이 쩌는 스토리를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 이벤스 중심으로 카오루와 치사토의 관계성을 풀어보기로 했어!

카오루-치사토는 피지컬 차이(무려 18cm!)와 와꾸케미도 쩔지만...무엇보다 관계성이 굉장히 흥미롭거든.

사실 이벤스 돌려보다 뽕차서 쓰는 글임ㅋㅋㅋㅋ 내 캐해석이 낭낭하게 들어가있고, 엄청 말 많으니 주의.

캡처와 텍스트 출처는 한도리, 일도리, 그리고 유튜브! 일도리 번역은 의오역 미리 사과할게ㅋㅋ



연극 준비의 시작

 

하네오카 고등학교 연극부는 창립 10주년 기념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에 게스트로 치사토(다른 고등학교)를 초청하기로 해.

카오루는 로미오 역을 맡고, 치사토는 줄리엣 역을 맡게 되지.

 

도입부에서 카오루는 치사토를 오랜 친구라고 말하며 연기상성도 좋을 거라고 말함

 

그러나 치사토는 앞에 붙은 말줄임표 갯수만큼이나 카오루가 불편해보인다.

콧구멍으로 봐도 얘네가 상성이 좋다고? 의문이 듬 ㅋㅋㅋㅋ

카오루가 늘 그렇듯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자 쿨하게 먹금하는 치사토

여기까지만 보고 일방적인 혐관인가 생각했는데...얘넬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였어

 

카오루에 대한 평가가 높은 치사토. 

치사토가 카오루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카오루의 재능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게 느껴지지.

 

 

 

연기스타일이 정반대인 두 사람.

천재인 카오루와 많은 자료들을 분석해 역할을 연구해야 하는 치사토.

 

"노력은 하는 게 당연한 것이니 자랑할 만한 게 아니다" 말하는 치사토. 

치사토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건 "천재인데도 노력하는 카오루"가 어린 시절부터 곁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필 소꿉친구가 하필이면 같은 연기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으니까.

훨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노력하니까... 노력은 하는 게 당연한 거고 어떻게 완성도 높은 연기를 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다는 치사토의 연기 신념. 그리고 자신의 연기와 카오루의 연기에 대한 치사토의 평가를 보면...치사토는 어릴 때부터 카오루의 재능에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거 같아. 




치사토와 줄리엣

 

대본 리딩 후 본격적으로 배역연구에 들어간 치사토.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스러운 연기를 할 수 없어 한숨을 쉬어. 

그런 치사토 앞에 나타난 카오루.

 

카오루 : 수고했어. 심각한 표정을 짓곤, 무슨 일이니? 그런 얼굴, 그대에겐 어울리지 않아.
 
치사토 : 카오루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좋아해?
 
카오루 : 아아, 좋아한단다. 사랑해마지않는 두 사람이 마지막까지 사랑을 이뤄간다..... 비극이긴 하지만 정말 로맨틱한 이야기지 않은가?
 
치사토 : 난 이 이야기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아. 예전부터 그랬어. 로미오도 줄리엣도 어리다고는 하지만 너무 제멋대로라는 생각이 들고 말아.
 
카오루 : ....들려주겠니? 치사토 속의 "로미오와 줄리엣"
 
치사토 : 캐퓰렛 가문과 몬태규 가문.....로미오와 줄리엣은 대립 관계의 일족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져서 누구의 승낙도 받지 못한 채 만난 지 며칠 만에 결혼해. 그것이 원인이 되어 양가의 대립이 격화...그 탓에 로미오는 친구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줄리엣의 사촌인 티볼트를 죽이고 말아. 그리고선 마지막에 두 사람은....
 
카오루 : .....

 

 

 

난 이 부분이 굉장히 좋았어.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감상을 두 사람이 차분히 이야기하는 부분. 

카오루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좋아하지만 치사토가 그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냐고 묻고 처음부터 끝까지 치사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줘.

 

치사토 : 사랑을 이루는 건 멋진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위를 너무 돌아보지 않는 것처럼 보여. 그걸 비극적인 사랑이라고 하다니.....너무 미화했잖아. 게다가 난 줄리엣을 알면 알수록 나 자신과 정반대의 존재라는 걸 느껴.
 
카오루 : 무슨 뜻이야?
 
치사토 : 나는 Pastel*Palettes라는 밴드에 소속되어 있어. Pastel*Palettes로서의 입장을 생각해서 항시 행동을 조심하고 있어. .....줄리엣처럼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으려고 행동하는 건 이해하기가 어려워.

 

 

 

자신이 살아온 삶과는 너무나도 다른 줄리엣을 이해하지 못하는 치사토.

자신이 맡은 것, 책임을 중요시하며 모든 행동을 신중하게 해왔던 치사토에게 줄리엣은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자기중심적인 캐릭터였어. 그런 줄리엣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으니 더 깊은 연기를 할 수 없는 거지. 

 

연극부원A : 오늘 카오루 씨랑 치사토 씨도 멋있었지~! 치사토 씨는 아역시절부터 한 만큼 정말 잘하네! 역시 굉장해~!
 
연극부원B : 응응! 굉장하지~연기도 잘하고 정말 완벽한 느낌이지!

 

 

 

 

줄리엣과 치사토의 결정적 차이를 보여주는 두 대사. 

치사토 : ..."이름이 무슨 상관인가요?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한들 그 달콤한 향기는 변하지 않아요."
 
카오루 : 그건....로미오와의 밀회 씬에서 나오는 대사구나.
 
치사토 : 장미는....장미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분명 다른 향기로 느껴졌을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좀 전에 부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 그 애들은 자기가 아는 '시라사기 치사토'를 기준으로 날 보고 있어.
 
카오루 : 치사토...
 
치사토 : 광고 포스터에도 '줄리엣 역할에는 그 시라사기 치사토'라고 쓰여 있지. ...이름이란 그런 거야. 그리고 난 그 이름을 짊어지고 살고 있어. .....후후. 내가 어떻게 된 걸까. 너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없는데.

 

 

치사토는 자신이 짊어진 '시라사기 치사토'라는 이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어. 하네오카 문화제의 연극에 출연하는 걸 망설였던 것도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지. 시라사기 치사토라는 이름으로 연기하는 이상 어중간한 연기를 보일 순 없다는 책임감. 자신의 이름을 보고 기대해준 관객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이름'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 커질 수록, 점점 줄리엣을 이해할 수 없어진 치사토.

카오루에게 털어놓아봤자 소용이 없다고 말하곤 있어도 치사토는 내심 카오루가 어떤 답을 주길 바라는 거 같았어. 치사토는 연기에 관한 카오루의 통찰력은 높게 사고 있거든.

 

카오루 : 어떤 이름이라해도 그대는 그대, 나는 나다. 그 속에 있는 건 변하지 않지? 주변에서 어떻게 보든지 무슨 상관인가! 치사토는 좀 더 제멋대로 연기했으면 좋겠구나. 줄리엣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말이지.
 
치사토 : 제멋대로....?
 
카오루 : 그대는 줄리엣을 연기하는 시라사기 치사토를 연기하고 있다. 힘을 너무 준 게 아닐까?

 

 

연기에 있어서 카오루는 굉장히 감이 정확해. 치사토의 지금 상태를 "줄리엣을 연기하는 시라사기 치사토를 연기하고 있다"고 정확하게 집어냈지. 치사토는 정곡이 찔린 기분이었을거야. 하지만 '시라사기 치사토'를 연기하고 있다는 말은 왕자님 '세타 카오루'를 연기하는 카오루에게만큼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어.



내가 아는 세타 카오루



치사토 : .....카오루. 너야말로 '세타 카오루'를 연기하고 있는 거 아냐?
 
카오루 : 치사토....? 후후, 무슨...
 
치사토 : 내가 아는 '세타 카오루'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카오루 : ....뭐? 치사토,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나는 나라고.
 
치사토 : 그래? 적어도 5년 전의 너는 지금의 너랑은 전혀 달랐던 것 같은데? 5년 전의 넌....귀신을 무서워하고....키도 지금보다 20cm이상 작아서.
 
카오루 : 뭣...!?
 
치사토 : 작은 소리가 나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고 내 등 뒤로 숨었지...그리고
 
카오루 : 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치사토! 그, 그런 것이....그런 것이....있었던가....기억나지 않다만....
 
치사토 : 어머, 기억나지 않나? 나를 '치~짱' 이라고 불렀던 것도? 응? '카오짱'
 
카오루 :.....헉! 후, 후후....그 이름으로 불린 것은....실로...그립...구나....
 
치사토 : ...?

 

 

 

카오루 속에 자신이 아는 "카오짱"이 남아 있다는 걸 알고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진 치사토.

치사토가 지금껏 왜 카오루에게 매정하게 굴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지.

카오루 : 우, 웃을 일이 아니야....
 
치사토 : 후후, 어떤 이름이라도 카오루는 카오루가 아니었던가?
 
카오루 : 치, 치~짱도 참....!
 
치사토 : 후후♪ 조금 심하게 놀렸나? 자, 연습을 계속하러 가자.
 
카오루 : 으윽....

 

 

사실 이 대목 때문에 2차창작에서 짓궂게 카오루를 놀리는 걸 즐기는 치사토와 거기에 얼굴을 붉히는 카오루의 구도가 굳어진 감이 있어.

하지만 치사토는 딱히 짓궂어서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남초딩같은 느낌으로) 카오루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여기서 중요한 건 '치사토가 카오루를 놀리고 즐거워한다'가 아니라 '카오루의 반응에 왜 치사토가 기뻐했는지'라고 생각하거든.

치사토가 '카오짱'이라는 호칭으로 카오루를 놀리는 건, 그 한 마디에 카오루의 가면이 무너졌기 때문이야.

왕자님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카오루가 맘에 들지 않았던 치사토. 그러니 치사토는 카오루를 놀리는 거 자체가 좋았다기보다는, 거기서 자신이 아는 '카오짱'의 모습이 드러나는 게 좋았던 거지. 



나의 로미오

 

이후 치사토의 줄리엣 연기는 완전히 환골탈태하게 돼. 

마야 : 요즘 치사토 씨, 컨디션이 굉장히 좋지 않으십니까? 카오루 씨랑 호흡도 전보다 더 잘 맞는 느낌이고 이전보다 줄리엣 역할이 더 잘어울리시지 말입니다! 치사토 씨 나름의 줄리엣에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십니까?
 
치사토 : 그러네, 그럴지도 모르겠어.
 
마야 : 오옷! 다행입니다! 덧붙여, 줄리엣에 가까워지신 것은 어떤 일이 계기가 되신 겁니까?
 
치사토 : 계기는....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치사토를 "치~짱" 이라고 부를 뻔한 카오루. 

카오루 역시 치사토와 연기연습을 거듭할수록 꾸밈없는 원래 카오루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카오루 : 여~치~짜....치사토!
 
치사토 : 카오루. 수고했어.
 
카오루 : 요즘은 전보다 더욱더 느낌이 좋아졌군. 멋지구나, 치사토.
 
치사토 : 고마워.
 
마야 : 역시 카오루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치사토 씨의 줄리엣, 멋있습니다...
 
치사토 : 마야 짱, 과찬이야. 본공연을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할 일이 잔뜩 있어.
 
마야 : 치사토 씨, 지금보다 더욱더 멋진 줄리엣이 되시는 겁니까? 기대됩니다.
 
카오루 : 역시 소꿉친구인 만큼 우리의 호흡은 척척 맞는군. 후후. 혹시 최상의 컨디션인 건 내 덕분....인가? 치사토.
 
치사토 : 응, 맞아.

 

 

카오루 : 고, 고마워....어, 어흠! 그럼 난 개인 연습을 하러 가볼까! 그, 그럼 다음에....아, 아듀~!
 
마야 : 아듀....? 카오루 씨,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치사토: 그래? 저건 저거대로 카오루 다운 것 같지만.

 

 

솔직하게 네 덕분이 맞다고 인정하는 치사토에게 당황해서 허둥지둥 도망가는 카오루 ㅋㅋㅋㅋ

카오루의 이런 모습 보면ㅋㅋ 치사토가 왜 그렇게 왕자님 카오루랑 카오짱에게 태도가 다른지 대충 이해가 감ㅋㅋㅋ

 

마야 : 그런 겁니까..... 그런데 줄리엣 역할에 가까워진 게 카오루 씨 덕분이라는 건 진짜입니까?
 
치사토 : ....카오루랑 있으면 Pastel*Palettes에 있는 내가 아닌 나로서 있을 수 있어. 원래의 모습이라고 할까? 수많은 시선이나 '시라사기 치사토'로 있어야 하는 걸 가장 잊을 수 있을 때가 카오루와 있을 때라고 하면 좋으려나. 
 
치사토 : ....분명, 줄리엣도 로미오랑 있을 때는 입장이나 가문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으로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
 
마야 : 과연! 그래서 줄리엣에 가까워질 수 있으셨던 거군요.
 
치사토 : 그렇지. 카오루 본인한테는 절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카오루가 나한테 있어서 로미오일지도 모르겠어.

 

 

카오루에게 내보일 수 있는 원래의 자신. 수많은 시선과 '시라사기 치사토'의 입장을 잊을 수 있는 편안함. 

그런 감정을 경험하며 치사토는 로미오 곁에서 줄리엣이 느꼈을 감정을 이해하게 돼. 자연스럽게 줄리엣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연기의 퀼리티도 높아진 거지.

 

전 일단 이 대사가 공식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구요 (눈비비기)

치사토는 처음에 줄리엣을 자신과는 정반대같다고 느끼며 힘들어했지. 하지만, 카오루를 통해 치사토는 줄리엣의 감정을 이해하게 돼.

왜냐면 그 감정은 과거에 치사토도 갖고 있던 거였거든. 카오루 속에 남아 있는 "카오짱"을 발견하면서 자신 속에 있던 "치~짱",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꾸밈없는 자신의 모습도 발견한 거야.

 

마야 : 혹시 말입니다. 카오루 씨도 같은 상황입니까? 그, 언제나처럼 왕자 역할에 심취하신 모습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치사토 : 그러네. 어떻게 보면 각자 꾸밈없는 모습으로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마야 : 카오루 씨의 꾸밈없는 모습.......어떤 느낌일까.
 
치사토 : 언젠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자, 나도 개인 연습을 하고 올게.

 

 

카오루의 꾸밈없는 모습을 궁금해하는 마야의 말에 대답하는 치사토.

원문이 일본어인거 생각하면 사실상 뉘앙스는 "안 알랴줌^^"에 가깝지ㅋㅋ 난 이렇게 고상하게 독점욕을 표현하는 치사토가 너무 좋습니다^^



본 공연



 

무대에 서기 직전의 카오루가 치사토를 "줄리엣"이라고 부르고, 치사토가 거기에 조용히 끄덕이는 거 너무 발리지 않니? ㅠㅠㅠ

줄리엣 : 로미오! 어떻게 여기에? 정원의 담은 높고 넘는 것은 어려울 터, 게다가 가문사람들에게 발견된다면 당신은....!
 
로미오 : 사랑의 날개가 있다면 이런 담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오.
 
줄리엣 : 로미오.....당신이 적이라고 하여도 그건 당신의 이름일 뿐. 몬태규의 이름을 버린다 하여도 당신은 당신. 이름이 무슨 상관인가요?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한들 그 달콤한 향기는 변하지 않아요.

 

 

 

이 대사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던 치사토.

그러나 이 순간 치사토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솔직한 마음으로 이 대사를 말했을거야.

지금의 치사토는 '시라사기 치사토'가 아니라, 카오루(로미오)의 치사토(줄리엣).

꾸밈없는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카오루와 함께였기 때문에, 치사토는 이 순간 깊게 줄리엣에 이입하고 있어.

 

로미오 : ....그렇소. 이름 같은 건 무의미한 것. 나는 나. 그대는 그대요.
 
줄리엣 : .....! 로미오.....!

 

 

치사토가 줄리엣 배역연구에 막혀서 자신이 갖고 있는 "이름의 무게"를 털어놓았을 때도 카오루는 비슷한 말을 했지. 

자신의 이름의 무게를 부담스러워하는 치사토에게, 카오루가 가장 해주고 싶었던 한 마디.

카오루는 로미오(카오짱)의 입을 빌려 줄리엣(치짱)에게 마치 연극 대사처럼 자연스럽게 그 말을 전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벽하게 연기한 두 사람. 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선은 그 어떤 순간보다도 "진짜 자신"에 가까웠지.

연기지만 연기가 아닌 진심. 가면이지만 가면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면서도 저 순간 두 사람의 감정선은 카오짱과 치짱이었던 거야.



뒷풀이



치사토 : 카오루. 어째서 공연 중에 대본에도 없던 대사를 넣은 거야?
 
카오루 : 이런? 그런 게 있었던가?
 
치사토 : 이제 와서 모르는 척 하지마. "....그렇소. 이름 같은 건 무의미한 것. 나는 나, 그대는 그대요.".....라는 대사, 원래는 없었잖아?
 
카오루 : 후후....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지. "세상일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좋게도 나쁘게도 되는 법이다." 즉. 그런 것이다.
 
치사토 : 그럼 나 좋을 대로 받아들이도록 하겠어. ....나 참, 의미는 알고 말하는 거야?

 

 

이 대목이 너무 좋았어요ㅠㅠㅠ왜 좋은지 설명은 못하겠는데 특유의 저 대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한다...

가장 하고 싶던 말을 연극 대사에 섞어 전한 카오루도 좋았고...그런 카오루의 말을 나 좋을 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치사토도 너무 설렜음.

 

 

치사토 : 기쁜 일이야. 나의 존재를 기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좋은 의미로 그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했다면 좋을 것 같지만.
 
마야 : 물론입니다! 왜냐면 치사토 씨니까 말입니다!
 
카오루 : 과연, 그렇구나...후후, 그런가....
 
리사 : 응? 왜 그래?
 
카오루 : 아니, 치사토, 그대는 변했구나.
 
치사토 : 글쎄, 누구 때문이려나?

 

 

"줄리엣을 연기하는 시라사기 치사토"를 연기하려던 치사토가 아니라 자유롭게 줄리엣을 연기한 치사토. 

그 연기가 자신의 존재를 기대해주던 사람들에게 좋은 의미의 배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치사토.

카오루 덕분에 꾸밈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치사토는 이름의 무게를 내려놓고 자유롭게 연기했어. 그에 대한 평가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츠구미 : ? 치사토 씨, 변하셨나요....? 저한테는 평소와 같은 치사토 씨로 보이는데....
 
리사 : 뭐, 소꿉친구가 아니면 알지못하는 부분이라는 게 있지. 나도 짐작가는 부분이 있어. 그래서? 그 호흡이 척척 맞는 열연도 역시 소꿉친구 파워야?
 
카오루 : 아아, 맞아. 그렇지, 치사토?
 
치사토 : 그래, 그치만 그것뿐만이 아니야. 어떤 '마법의 단어' 덕분에 우리는 더욱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어. ....그렇지, '카오짱'?
 
카오루 : 후, 후후.....뭘까, 그 ....'카오짱'이라는 건....

 

 

마야 : 이야....역시 치사토 씨, 무섭지 말입니다.
 
치사토 : 그래도 카오루 덕분에 좋은 연기를 하게 된 건 진짜야. 고마워, 카오짱
 
카오루 : 우우....이제, 이제 용서해줘.......! 좀 봐줘!

 



이벤트스토리는 여기서 끝남. 근데.....이건 해피엔딩이라고 쓰고 페이크 엔딩이라고 읽으면 돼.

이 이벤트에서 카오루와 치사토의 관계는 이전의 껄끄러운 관계에서 무척이나 편한 관계로 변했어. 그런데 이후 이벤스에서 치사토가 카오루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껄끄러워보이잖아. 이 엔딩이 진짜 마지막이라면 그럴 수가 없어.

[덧없는 세상에 피는 장미의 이름은]의 진짜 엔딩스토리, 트루 엔딩은 해당 이벤트 3성 치사토 카드에 들어 있거든.

이 카드까지 보지 않았다면 미완결에서 책을 덮어버린 거나 마찬가지임 (엔딩 뚝 잘라 가챠에 넣은 부시모는 반성해라)

 

사실 카오루-치사토 커플링 연성을 보다 보면 캐해석이 제대로 안 된 경우가 많아. 가장 중요한 엔딩이 카드에 들어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함. 사실상 둘의 관계성이 이 이벤트에 집약되어 있기 때문에 엔딩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얘네 둘을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 

 

캐해석이야 개인차가 큰데 뭘 그런걸 가지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벤트 스토리까지만 읽은 캐해석과, 진엔딩인 치사토카드까지 본 사람의 캐해석이 제일 크게 갈리는 부분이 바로 이후 카오루와 치사토의 호칭, 그리고 치사토가 카오루를 대하는 태도임.

일단 결론부터 짚고 넘어가면....문화제가 끝난 이후 치사토는 절대로 카오루를 "카오짱"이라고 부르며 놀릴 리 없음. 반대로 카오루 역시 "치~짱"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리가 없어. 그 관계는 연극 당일 완전히 끝났거든.



줄리엣이라는 이름, 시라사기 치사토

 

치사토 3성카드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를 했으니...함 살펴봐야겠지?

 

 

진짜 이 카드 스토리에 "True Ending"이라고 넣어주지 그랬냐....다 보고 육성으로 한숨 쉼ㅠㅠㅠ



문화제 데이트,
치~짱과 카오짱



치사토 : ....어디. 공연도 끝났고 모두한테 인사도 했고.... 아, 카오루!
 
카오루 : 여어~ 치~짜.... 치사토. 무슨 일이지? 
 
치사토 : 카오루, 지금부터 문화제를 둘러보지 않을래? 너, 분명 한가하지?
 
카오루 : 한가한지 어떤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지.....하지만 그대 같은 어리광쟁이 공주님을 위해서라면....
 
치사토 : 고마워♪ 그럼 어서 둘러보자. 우선 밖에 노점부터 보자.

 

 

치사토 : 하네오카 문화제는 굉장하네. 규모가 커서 놀랐어. ....아! 카오루 저기 봐봐! 솜사탕이래. 맛있겠다♪
 
카오루 : 그래. 맛있을 것 같구나. 그럼 두 개 살까? 실례합니다. 솜사탕을...
 
학생A : 앗! 시, 시라사기 치사토 씨다! 옆에 있는 건 세타 씨.....!
 
카오루 : 여어, 공주님을 위한 솜사탕을 두 개 부탁하지.
 
치사토 : 어라, 너도 솜사탕을 좋아했었지? 카오짜...
 
카오루 :  핫! 핫핫하핫! 이야~솜사탕을 좋아하다니 치사토도 참 어린애로구나? 후후, 그런 면도 귀엽구나!
 
치사토 : 후훗♪ 그래 내 입맛은 아직 어린애야. 자, 가자, 카오루. 솜사탕은 고마워
 
학생A : 감사합니다~ ......시라사기 치사토는 생각한 것보다 활기차구나~

 

 

방금까지 "카오짱"이었는데 하네오카 학생이 자신을 알아보니까 왕자님모드로 변하는 카오루.

그런 카오루를 "카오짱"으로 부르며 가면 해제 시키고 싶은 치사토의 마음...ㅋㅋㅋ

카오루를 끌고다니며 하네오카 문화제를 만끽하는 치사토의 모습은 솔직하고 천진난만하고, 한편으로 장난꾸러기 같기도 해.

어린시절 소꿉친구이던 카오루와 치사토가 딱 이런 관계였겠지. 

치사토랑 카오루는 같은 학년이긴 해도 생일이 거의 1년 차이라 어렸을 땐 치사토가 덩치도 크고 뭘 해도 이겨먹었을 거라는 내 뇌피셜이 있거든 ㅋㅋㅋㅋ 

 

카오루 : 치~짱......그, "카오짱"이라고 다른 사람 앞에서 부르는 건 그만두라고...... 둘만 있을 때는 괜찮지만.
 
치사토 : 미안해. 문화제의 분위기에 취했더니 좀 들뜬 것 같네.
 
카오루 : 뭐~ 즐기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치사토 : 아, 고리던지기래! 경품은 뭘까? 가보자♪
 
치사토 : 다음은 사격이야!
 
치사토 : 다음은....뽑기? 뭐든지 다 있네. 

 



 

??? 이거 완전히 데이트 아니니??

치사토가 이렇게 카오루 옆에서 즐거워 보이다니요????

 

문화제 둘러보는 거 처음이라는 말 뭔데 짠하냐ㅠㅠ

 

평소랑 다른 치사토의 모습이 신기한 카오루.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치~짱 부르고 있는 거 너무 귀엽다고 ㅠㅠㅠ 

카오짱 모드 카오루 보고 있으면 치사토가 왕자님 카오루에게 괴리감 느끼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감 ㅋㅋㅋㅋ

 

치사토 : .....너랑 있으면 연예인 시라사기 치사토가 아닌 나로서 있을 수 있어.
 
카오루 : 치~짱....
 
카오루 : 그래, 지금의 나는 "치~짱" 처음엔 이런 나한테 위화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점점 편해지고 있어. 카오루, 너는 참 신기한 사람이네?
 
치사토 : 아, 하하....그런가?

전 이게 공식 대사라는 게 믿기지가 않구요(눈비비기) 2222 넌 참 신기한 사람이구나 저거 고백 단골멘트 아니냑우ㅠㅠ

 

솔직히 여기서 엔딩크레딧 올리고 싶었다....

여기서 끝났으면 카오루와 치사토의 관계성은 복잡할 거 없이 해피해피하게 끝날 수 있었건만ㅠㅠㅠ




치사토의 결심, 
치사토와 카오루



학생B : 자, 찬스라고! 가보래도!
 
학생C : 그, 그치마.....안! 치사토 짱의 사생활인데......!
 
치사토 : 응?
 
학생B :  자 어서, 여길 봤잖아. 찬스야 찬스
 
학생C : 조, 좋았어....저기! 죄송합니다....! 시라사기 치사토짱 맞으시죠?
 
치사토 : 네, 맞아요
 
학생C : 저, 저기! 전,,,어릴 때부터 쭉 치사토 짱 팬이에요 ! 어릴 때 봤어요! 초등학생 변호사 마코!
 
치사토 : 엇! 그 드라마를?
 
학생C : 네! 그 드라마에서 치사토 짱을 보고 팬이 됐어요. 나랑 비슷한 나이인데 굉장해~하고. 처음에 배우 치사토 짱이 아이돌 밴드에 들어갔다고 들었을 때는 굉장히 놀랐어요. 하지만 치사토 짱의 도전이니까 전 응원하고 싶어서...
 
치사토 : .....
 
학생C : 파스파레에서 큰일이 있었지만 그것도 뛰어넘어서...역시 치사토짱은 무적이구나 하고~.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치사토 짱을 정말 존경해요!
 
치사토 : .....!
 
학생C : 저, 저기...죄송해요 일방적으로 제 이야기만 잔뜩해서.
 
치사토 : 아니에요, 괜찮아요. 굉장히 기뻐요.....고마워요
 
학생C :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힘내세요!
 
치사토 : .....

 



카오루 : 치~짱, 잘 됐잖아! 멋진 팬이었어.
 
치사토 : ....난 역시 줄리엣은 될 수 없을 것 같아.
 
카오루 : 응? 뭐 때문에 그렇지?
 
치사토 : 난 '시라사기 치사토'니까 라는 이유로 무언가를 판별당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 .....하지만 저런 식으로 계속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시라사기 치사토'로 있지 않으면 실례잖아.
 
카오루 : 치~쨩...

 



 

치사토 : 아니...난 '시라사기 치사토'. 장미는 장미라는 이름이 있기에 아름답고, 향기가 나지. 역시 난 그렇게 생각해. 나도 계속 장미로 남고 싶어.
 
카오루 : .....후, 후후....과연 그대의 그 덧없으면서도 아름다운 결의, 내 심금을 무척이나 울리는구나.
 
치사토 : .....너 내가 말한 걸 정말 이해한거야?
 
카오루 : 아아, 당연하지. 즉.....그런 거지?
 
치사토 : .... 그런 거야.
 
카오루 : 그런거지. .....'치사토'

 

 

 

치사토의 결심과, 그걸 분명히 받아들이는 카오루.

 

로미오와 줄리엣이 7일 간의 짧고 뜨거운 사랑 끝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면, 

카오루와 치사토는 1개월 간의 짧은시간 동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깊게 이해하게 되었지. 

하지만 치사토는 자유분방한 줄리엣(치짱)의 모습을 스스로 버리고, 자신의 이름의 무게를 다시 짊어지는 걸 선택해.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을 기다리는 팬이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시라사기 치사토'로 있겠다고 결심하는 치사토. 그리고 그 결심을 카오루에게 분명히 밝혀.

로미줄리 스토리로 치면 "로미오, 전 이제 당신의 줄리엣이 아닌, 다시 캐퓰렛의 이름으로 살겠어요" 말하는 거랑 같은 거임. 

그러니까 카오짱&치짱의 관계성은 여기서 분명하게 막을 내린 거야.

 

카드 스토리를 처음 읽었을 때....흐뭇하게 보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결말에ㅋㅋㅋ 이게 해피엔딩인지 메리베드엔딩인지 감도 안 잡혀서 찝찝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음.




로미줄리 트루엔딩, 그 이후

 

스토리를 보면서 계속 떠올랐던 영화 "라라랜드"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잃어버렸던 열정을 보고 이끌렸다면

치사토는 과거에 두고 왔던 '맨 얼굴의 자신, 치짱'을 카오루 속에서 찾았고 거기에 이끌렸어. 그 관계가 너무나도 편해서, 자신과 정반대라고 생각했던 줄리엣을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

 

라라랜드는 꿈의 나라라는 뜻이야. 서로 맨얼굴을 내보이며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기 위해 합을 맞춘 저 시간은, 분명 카오루와 치사토의 라라랜드였겠지. 둘만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꾸밀 필요도 없는. 이렇게 편해도 괜찮을까 싶을, 불안할 정도로 편안한 거리감.

 

 

파스파레 2장 스토리 [다시 한 번 루미너스]에서도 이 둘의 관계는 라라랜드와 비슷한 느낌으로 연출 돼. 

 

카오루 : 여어 치사토! 늦어서 미안하구나.
 
치사토 : 늦었어.
 
카오루 : 방금까지 밴드의 연습이 있었거든. 하다보니 열중해버려서, 나오는 시간이 늦어져버렸단다. 그건 그렇고, 대체 무슨 바람이 분거니? 치사토가 같이 차를 마시자고 권해주다니 말이야.
 
치사토 : 별로.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 거 뿐이야.
 
카오루 : 무슨 이유에서든지, 치사토가 불러주었다는 이 사실! 아아,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
 
치사토 : ......카오루. 방금까지 밴드의 연습이 있었다고 말했지. 혹시...혹시, 중요한 연극부 공연과 밴드 라이브가 겹치면, 넌 뭘 고를래?
 
카오루 : 참 어려운 질문이구나. 하지만, 나라면 둘 다 해낼거야. 아기고양이들도 헬로해피 멤버들도 슬프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
 
치사토 : ......하아. 너한테 이런 질문을 한 내가 바보지.
 
카오루 : 후후……하기도 전에 무리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 뿐이야. 나는 항상 꿈을 좇고 싶거든. 사람人에 꿈夢을 합쳐 덧없다儚 ......사람은 언제나 꿈을 좇는 생물이란다. 아아, 덧없구나!
 
치사토 : 정말이지, 넌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걸까? 역시 내가 알던 카오루가 아니야.

 

 

카오루 : 그러니? 나는 예전부터 이랬단다.  
......치사토. 너도 예전부터 그랬지. 너는 어릴 적부터 동화 속의 공주님이 되고 싶다고, 꿈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어. 너는 "공주님이 될거야. 그걸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어". 그러면서 언제나 내게 목표를 알려 주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너는 정말로, 학예회에서 공주님 역할을 차지했지.
 
치사토 : 난 하나씩, 목표를 이뤄가고 싶을 뿐이야. 꿈처럼 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에 매달리고 싶지 않아. 이런 업계에 있다 보면, 당연한 거야.
 
카오루 : 목표를 이뤄나가는 넌 정말 강하고 멋지다고 생각해. 하지만......너도, 슬슬 꿈을 꿔도 괜찮지 않을까?

 

 

 

치사토 : 꿈......


 

카오루 : 네가 어떤 꿈을 꾸게 될지 기대되는구나. "치사토"
치사토 : ......정말이지, 넌 쓸데없는 소리만 하는구나, 카오루

 

 

 

망설이는 치사토에게 "이제 너도 꿈을 꾸어도 괜찮아"라며 등을 밀어주는 카오루의 모습은 

망설이는 미아를 영화 오디션으로 데려가는 세바스찬의 모습과 어딘지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음.

 

라라랜드와 비슷한 관계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세타 카오루라는 캐릭터야.

'시라사기 치사토'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길 결정한 치사토를 한결같이 다정한 눈으로, 너무 가깝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카오루. 카오루의 이런 태도는 치사토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치사토의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해. 

 

그런 카오루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2성 바리스타 카드. 이 카드는 길치인 카논과 전철 환승이 서투른 치사토가 두 정거장 떨어진 카페를 찾아가는 [꿈으로 이어지는 프롬나드] 이벤트의 카드야. 이 카드에서 카오루는 치사토와 카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해.

 

 

카오루 : 그렇지. 카페라고 하면, 지하철 2코스 옆에 새로운 카페가 생겨서 말이지. 
귀여운 아기고양이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단다.
나도 가 봤단다. 덧없고 감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아아, 그 때는 카논과 치사토, 그리고 미사키와 아야와 함께 갔단다. 조금 의외인 조합일지도 모르겠구나.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치사토와 카논의 덧없는 노력을 우리들 세명이 지켜보고 있었단다.
......후후. 그 때 두 사람은 뭔가 큰 일에 도전하고 있는듯한 굉장히 좋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
어쩌면, 영화의 소녀처럼 어떤 곤란을 극복하고 온 걸지도 모르겠구나.
그렇다면.....나는, 그 때 치사토가 웃고 있었던 게 기뻐.
......분명, 카논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치사토는 언제나 너무 노력한다 싶을 정도로 노력해버리니까...
치사토 혼자서는 곤란한 일에 과도하게 경계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카논과 있을 때는 그런 치사토도 긴장을 풀고 있어.
나는 말이지, 치사토에게 그런 상대가 나타나주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치사토의 오래된 친구의 한명으로 말이야. 후후.

 

 

로미줄리 이벤트 이후로도 여전히 치사토를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카오루...대사 하나하나가 너무 스윗해서 미쳐벌여ㅠㅠㅠㅠ 이 카드에서 카오루 목소리 겁나 다정하니까 다들 꼭 직접 들어달라ㅠㅠ 로미오 노래보다 좋은 목소리로 저 대사를 읊는다고 세타 카오루 미쳤어?!! 카오루 같은 벤츠 세상에 없다...ㅠㅠㅠ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풀만이 사람이 된다면 세타 카오루일 것이다....ㅠㅠㅠㅠ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자신보다 더 편한 상대가 생겼다는 걸 저렇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존재할까? 진짜 마음 깊이 치사토를 좋아하고 치사토의 행복을 바란다는 게 뚝뚝 묻어나는 대사에 고인물스태프 터져버림ㅠㅠㅠ



한편 그 이후 치사토는 카오루에게 아주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어. 

치사토는 지금 왕자님 가면을 쓴 카오루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아. 치사토가 카오루의 "덧없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파스파레 동료들이 저거 따라하면 기분이 확 나빠지는 치사토... 그 와중에 마야, 히나에 이어 아야까지 카오루에게 물들어 왔으니ㅋㅋㅋ

 

치사토 : 정말이지, 넌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걸까? 역시 내가 알던 카오루가 아니야.

 

치사토는 자기 스스로 '시라사기 치사토'로 살아가기로 다짐하고 '치짱'인 자신을 포기했어. 그런데도 여전히 카오루에게 이런 말을 하지. 넌 역시 내가 알던 카오루가 아니라고.

사실 카오루가 치사토 말마따나 저 가면을 벗고 5년전의 겁쟁이인 카오루 모습으로 돌아온대도 그건 성장이라고 보긴 어려워.

그런데도 치사토가 '내가 아는 카오루'를 자꾸 강조하는 건 어찌보면 치사토의 응석이고 욕심이야. 자신이 깊이 이해하고 있던 카오루가, 가면을 끼고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게 탐탁지 않은 거지. 

카오루 본인은 그런 두꺼운 가면을 자기 앞에서도 잘만 쓰고 있으면서 정작 치사토의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연약한 부분까지 꿰뚫어보고 있으니까. 치사토는 그런 카오루가 껄끄러운 거임.  

나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상대가 누구보다도 자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거, 그 사실을 인정하는 건 힘든 일이야. 그 상대가 어렸을 때 자기보다 약하고, 누구보다도 이해하기 쉬웠던 존재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더.

그리고 카오루는 치사토에겐 그런 깊은 이해를 품고 있으면서 정작 본인은 가면에 틀어박혀 자신의 감정과 마주 보지 않는 것 같아. 치사토가 보기에는 말이야.

어쩌면 어린 날의 치사토에겐 카오루의 존재가 평범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정표같은 거였을지도 몰라.

 

 

치사토는 히나와 카오루를 보며 천재는 고독하다고 생각해. 치사토가 보기에 자신의 진짜 감정을 외면하는 카오루의 모습은 고독한 거임. 그런 카오루가 안쓰럽기도 하고, 화도 나고, 뭐라고 하고 싶은데, 정작 카오루의 '치짱'이기를 먼저 포기해버린 건 자신이니까. 카오루가 자신을 존중해주듯 치사토 또한 카오루를 존중해주고 싶어해. 그런데 그게 잘 안되는 거지. 그래서 카오루에게 짜증이 나는 거고.

 

로미줄리 이벤트 이후 카오루에게 품고 있는 치사토의 감정이 복잡한 건 [아리사의 나쁘지 않은 휴일] 이벤트의 리사 카드에서도 드러나.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상대'라는 주제에서 카오루가 언급되자 급하게 이야기를 얼버무리고 계산하러 도망가는 치사토.

 

치사토 : 후후, 리사짱, 유키나짱 이야기가 나오면 단숨에 기운이 넘치는구나.
리사 : 응? 어? 그, 그런가?
치사토 : 하지만 왠지 부러운 걸. 그렇게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존재라는 건.
리사 : 하지만~치사토도 카오루와 소꿉친구였지? 분명, '카오짱' 이라고....
치사토 : 뭐, 뭐어 상관없잖아! 카오루는 말야. ....나, 계산하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 

 

 

치사토가 카오루를 '서로를 잘 아는 존재'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면 얼버무리는 대신 단호하게 부정했겠지. 

근데 치사토는 얼버무리고 도망감. 왜냐면 카오짱&치짱으로 서로를 잘 알았던 적이 있었거든. 근데 그 관계를 자기 스스로 포기해버렸어. 그 후로도 카오루는 치사토를 잘 알아주고 다정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치사토는 지금의 카오루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음. 그러니까 이 주제에 카오루가 언급되는 게 치사토에겐 껄끄러울 수 밖에.

 

난 이렇게 카오루와의 관계에 복잡한 심정을 내비치는 치사토가 너무 인간적이라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 

치사토는 "치짱"인 자신을 포기했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본질과 맨얼굴까지 이해하고 있는 카오루의 존재에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어. 카오루가 좀 더 솔직하게 자기 감정과 마주하고 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음. 하지만 카오루가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 준 것처럼, 자신도 카오루를 존중해주고 싶기도 함. 그런데 왕자님 가면을 쓴 카오루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화가 나는 거야.

그래서 괜히 카오루에게 딱딱하게 굴기도 해.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카오루의 통찰력을 믿고 있기 때문에, 카오루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하지. 파스파레의 활동과 배우활동 사이에서 고민할 때 치사토는 카오루에게 조언을 구해. 치사토는 그런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해 줄 수 있는 게 카오루라는 걸 잘 알고 있거든. 치사토는 '치짱'인 자신을 스스로 그만 뒀기 때문에, 카오루와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감을 못 잡은 거 같아. 

 

치사토가 유일하게 ~짱이 아니라 이름 그대로 부르는 상대는 카오루와 카논 딱 두 사람 뿐이야. 대놓고 호의 표시를 하지 않을 뿐 치사토는 분명히 카오루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복잡한 마음만큼이나 신뢰와 호감 역시 품고 있어.

하지만 지금의 치사토에게 카오루와의 관계는 편한 관계가 아니야. 로미줄리 연극에서도 파스파레 해산 위기에서도 고민하는 치사토의 등을 밀어준 건 카오루였어. 그런 카오루가 자신에게 보여주던 진짜 '카오짱'의 모습을 그만두게 한 건 치사토였지. 그런데도 카오루는 계속 한결같이 따뜻한 시선으로 치사토를 지켜보고 있어. 

카논과의 관계에서 치사토가 편안함을 느끼는 건 둘의 관계가 동등하기 때문이야. 연예인 시라사기 치사토로 자신을 보는 게 아니라 내 친구 치사토로 편하게 대해주는 카논. 그리고 카논이 자신에게 해주듯 자신 역시 카논에게 좋은 친구관계를 줄 수 있다는 편안함. 

근데 카오루와의 관계는 이제 그게 안 됨. 치사토가 '치짱'이길 포기했으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다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카오루. 사실상 카오루의 다정함에 기대고 있는 지금의 관계가 치사토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음. 아직 치사토는 '치짱'과 '카오짱'이 아닌 '치사토'와 '카오루'로 맺는 관계의 적당한 거리감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음.

 

(이건 정말 개인적인 인상인데 치사토는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라벨링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자기 역할에 이름을 붙여서 철저하게 구분하는 것처럼 남을 이해할 때도 비슷한 방식을 쓴다고 하나? 치사토는 자신의 생각의 틀에 맞춰서 남을 이해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서' 동경, 부러움, 안쓰러움, 공감을 느끼는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도 그래서라고 생각해. 이게 단점은 아닌데 얘 성격이 자기 관점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걸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끊임없이 끙끙대는 타입임. 막말로 치사토는 속이 좁지만 다정한 사람이야. 그리고 섬세하고 착실함. 그러니...살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번뇌할 수 밖에 없을것...그런 아이에게 카오루를 소꿉친구로 붙여준 점에서 부시모의 변태스러움이 느껴짐

어쨌든 치사토는 본인 스스로 카오루를 어떻게 대할지, 지금을 카오루를 어떻게 볼지 나름대로 정의 내리기 전까지는 여전히 카오루를 대할 때 복잡한 태도를 취할 거 같음. 반대로 말하면 카오루를 어떻게 대할지 정의하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걸 이해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편한 관계가 될 거 같아.)

 

이런 복잡한 관계를 "치사토는 카오루를 막 대한다" "치사토는 카오루를 한심하게 생각한다" "치사토는 카오루를 괴롭히는 걸 즐긴다"고 단순하게 이해해 버리면...좀 안타깝지. 그러기엔 찬찬히 생각해 볼 게 많은 관계니까.



앞으로의 세타 카오루



두 사람의 라라랜드였던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이후, 치사토는 팬과의 만남으로 줄리엣(치짱)이 아닌 '시라사기 치사토'라는 이름을 가진 장미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앞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거야.

그렇다면 카오루는? 치사토의 다짐에 카오루 역시 로미오(카오짱)의 모습을 내려 놓아. 그게 치사토의 바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카오루는 그 후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

 

세타 카오루라는 캐릭터가 어려운 건...공식에서 풀어준 게 다양하지 않아서 그럼. 근데 고등학교 2학년의 세타 카오루는 공식 입장에서도 굉장히 다루기 힘든 캐릭터 같아.

 

카오루는 천재야. 연기의 천재라고 하지만 모든 역을 대본을 보자마자 바로 그 감정선에 몰입할 수 있다는 건...타인의 감정을 캐치하는데에도 천재라고 할 수 있겠지. 

 

 

카오루 원탑 이벤트였던 [덧없는 향기 넘치는 화이트데이 뮤지컬] 이벤트만 봐도 그런 카오루의 모습이 잘 나오지.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건 물론이고 팬들과 도와준 애들에게 각자에게 맞는 내용의 편지를 써주는 사람. 부상 때문에 나오지 못하게 된 하구미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모습. 카오루는 주변 사람의 감정에 매우 민감하고 배려가 몸에 배인 사람이야. 이벤스 마지막에 토모에와 미사키는 카오루를 "이상하지만 정말로 다정한 사람"이라고 평가해.

꼭 이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카오루는 엉뚱하고 나르시즘에 어딘가 맛 간 듯한(...) 발언을 일삼는 사람이지만, 정작 주변인물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을 때는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적확한 말을 해줘.

 

세타 카오루라는 캐릭터를 다루기가 어려운 건 지금 현 상황에서 카오루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성장에 대한 욕망이 없어서라고 생각해. 카오루는 지금의 모습이 어쩌면 "꿈을 이룬 모습" 이니까 안정적이라면 굉장히 안정적인 캐릭터거든. 

카오루는 지금 자기가 꿈꾸던 자신감 넘치는 왕자님을 연기하며,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어. 

 

그러니 지금의 고등학교 2학년 카오루는 이미 이 아이가 갖고 있는 다정함, 상냥함, 배려심, 웃긴사람...등으로 스토리를 쓸 순 있어도 성장 스토리를 쓰는 건 쉽지 않음. 지금 카오루는 어렸을 때 꿈꾸던 자신이 된 거니까. 그 모습으로 하로하피에서, 연극부에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카오루가 "꾸고 있는 꿈"이고, 카오루는 지금 그걸 숨쉬듯이 이뤄내고 있음. 그러니 그런 장소를 만들어 준 코코로에게 카오루는 구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어.

 

타인의 눈에는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지금의 모습은 카오루 본인이 원하던 이상적인 모습인 건 변함없는 사실.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코코로쪽이 현 상황에선 카오루가 가장 바랐을 이해자에 가깝지.

 

카오루는 본인의 진짜 감정만 덮어놓았을 뿐이지...현재의 상태 이대로도 충분히 다정하고 상냥하고 안정적인 사람이야. 

그런데 왜 카오루를 좋아하는 덕구들은 현재의 카오루 서사에 아쉬움을 느낄까? 카오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카오루는 어딘가 위태로워 보여서가 아닐까? 

 

카오루는 무슨 배역을 연기하든 나는 나라고 말해. 어떤 모습이든 그게 나 자신인 건 변함이 없다고. 이 생각은 카오루가 안정적인 사람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어딘지 석연찮은 데가 있음. 정말로 어떤 모습의 '나'라도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인다면 왜 항상 왕자님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 코코로, 치사토의 입을 통해서 풀린 카오루의 본질은 겁쟁이야. 정말로 어떤 나든 나로 받아들인다면 겁쟁이인 자신의 모습을 굳이 숨길 필요가 없잖아. 

[리틀 스마일 스텝] 이벤트에서 수족관에 간 카오루는 천적에게 몸을 지키기 위해 말미잘 속에 몸을 숨기는 흰동가리에게 집중해. 마치 흰동가리의 심정에 공감이라도 하듯 그 덧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카오루. 어쩌면 카오루의 왕자가면은 겁쟁이인 자신을 감추기 위한 말미잘인지도 몰라. 어떤 모습의 나라도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의 본질은 숨기고 싶어하는 겁쟁이. 타인의 감정변화에 민감한 카오루는 '겁 많은 나'를 드러내는 걸 마치 천적에게 몸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고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더라. 난 카오루의 왕자님 가면을 치사토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

 

뱅드림이 진짜 성장 이야기라면 현실에 안주해서 자신의 진짜 감정에서 도망치고, 주변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다정하지만 겁쟁이인 세타 카오루를 끝까지 이대로 남겨둬서는 안 돼.

본인이 지금의 자신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원동력이 없다면, 진로문제가 얽히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카오루만의 성장이야기를 써줬으면 좋겠음. 진로문제, 미래에 대한 문제에 부딪친 카오루가 깊게 고뇌하고 괴로워하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았으면 좋겠거든. 개인적으로 그걸 하로하피와의 관계에서 풀기보다는 치사토와의 관계에서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

 

하로하피의 카오루는 한결같이 다정하고, 이상하지만, 자신감이 넘치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세상을 웃음으로 만들겠다는 코코로의 허무맹랑한 목표를 진심으로 이뤄주고 싶어함. 하로하피에서 카오루는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히어로야. 그러니 밴드 스토리로는 카오루만의 이야기를 풀기엔 한계가 있을 거 같아.

 

하지만 카오루 이상으로 카오루의 변화를 바라지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치사토. 그런 치사토를 통해서라면 카오루만의 성장서사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공유하고 있는 어린 시절이 있고, 그 시절의 카오루와 지금의 카오루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도 치사토 뿐이니까. 

카오루의 성장 서사를 이끌어내려면 반드시 울보였던 5년 전 카오루를 풀어줘야만 한다고 보거든. 카오루가 무엇을 위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그려야만 해. 그래야 그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원점을 카오루가 기억해내고, 새로운 변화를 꿈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사실 뱅드림은 노력하는 수재 캐릭터(치사토, 사요)를 그리는 건 뛰어난데 천재 캐릭터(카오루, 히나)를 그리는 방식은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편이야. 그렇지만 천재와 수재의 관계성을 그려내는 건 또 기똥차게 잘함. 

지금까지 뱅드림은 사요&히나, 카오루&치사토의 관계성에서 천재캐릭터를 바라보는 수재캐릭터의 복잡한 마음을 풀어내는 데 치중했어. 히나와 카오루의 공통점은, 자신들에게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요와 치사토에게 맹목적일 정도로 다정하다는 점이야. 그런데 히나와 카오루는 사요와 치사토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면서도 정작 그들 본인의 감정과 이야기는 아직까지 제대로 풀리지 않았어. 

뱅드림은 이제 2년차. 치사토와 사요는 충분히 성장했어. 그러니 이번에는 치사토와 사요가 카오루와 히나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관계성은 건강한 관계가 아니니까.

상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의 본질은 사요나 치사토나 비슷하다고 생각해. 사요는 히나와의 관계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놓고 드러나지만, 치사토는 카오루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서 아직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차이는 있지만. 

그러니 카오루가 향후 어떤 시련을 만나 무너진다면, 누구보다 그걸 먼저 눈치채고 카오루에게 달려가는 건 치사토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 치사토가 카오루에게 느끼는 불편함은 일방적으로 카오루의 다정함에 기대고 있는 "동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하거든. 그 관계를 타파할 수 있는 기회를 치사토가 놓칠 거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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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What a Wonderful World]에서 치사토가 천재의 재능을 부러워하거나 얄밉게 보기보다는 천재성 때문에 그 사람이 느낄 고독도 생각해줄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게 느껴져서 정말 좋았거든. 이건 치사토 본인도 대중에게 천재로 인식되면서 정작 본인이 그걸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는 건 알아주지 않는? 그런 아픔도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런 치사토기 때문에 히나와 카오루를 특이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거고. 앞으로의 스토리에서 카오루의 변화가 그려진다면, 아마 치사토의 이런 관점이 활약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치사토의 관점과 생각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야. 하지만 치사토가 카오루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분명 '치사토만이 가질 수 있는 걱정과 이해'가 담겨 있어. 

그러니 치사토가 역할 연구에 막혔을 때, 밴드와 영화출연 문제에서 헤메고 있었을 때 그 등을 밀어준 게 카오루였던 것처럼,

이번엔 성장해서 자신만의 꿈을 꾸게 된 치사토가, 고뇌하는 카오루의 등을 밀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진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한 카오루가 꾸밈없는 모습으로 자신만의 꿈을 이루도록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음. 

 

[덧없는 세상에 피는 장미의 이름은]은 그 자체로도 완성도 높은 이야기인데 여기에 대비되는 [카오루의 성장 스토리]가 있다면 진짜 완벽할 거 같지 않니? 카오루가 치사토를 일방적으로 다정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지금의 관계가 조금 땀냄새 나는 관계로 변하더라도, 함께 서로를 이끌어줄 수 있는 관계로 변했으면 좋겠어. 그래야지만 치사토 역시 카오루를 다시 편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테니까. 두 사람이 "카오짱" "치짱" 이 아닌, "카오루"와 "치사토"만의 편안한 관계를 다시 만들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카오루와 치사토는 같은 배우. 앞으로의 미래에서도 꾸준히 얽힐 수 밖에 없는 관계니까.

 

그래서 부시모, 카오루랑 치사토 과거이벤트는 아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