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8. 21:45ㆍGL:백합
백합로얄글 백업
우테나는 수준 높은 비평과 논문급 분석을 쌓아온 작품이라 그저 지나가는 백합충 1인 내가 입을 대기 참 조심스러웠어.
무엇보다 쥬리와 시오리의 관계를 이야기하려면 필연적으로 시오리 머리채를 잡아야 하는데... 내가 시오리를 너무 좋아해서😂 글 쓰는데 여러가지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답니다. 그리고 쓰다보니 말이 너무 많아져서 끝내 두 편으로 나누고 마는데(살려줘) ㅋㅋㅋㅋㅋㅋ
웃곤 있지만 나 사실 궁서체야 무지 진지해 나 타카츠키 시오리 사랑해 많이 많이....왜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좋아서 환장하겠어ㅋㅋ
아니 근데 여캐러버들 솔직히 까놓고 말해봐 마음속에 시오리같은 애 하나쯤은 길티플레져로 안고 사는 거 아니니!!! (이하 오타쿠 특유의 투머치토킹이므로 무시해도 좋음) 마리미떼에서 토코 사랑한 사람들은 내맘 이해해줄거라고 믿어. 아 물론 토코는 연기력만렙일뿐 시오리에게 비비기 미안할 정도로 천사엔젤텐시같은 애지만요?? 비밀인데 저는 ㅂ드림 시라사기도 시오리 사랑하던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라사기는 시오리보다 타고난 게 훨씬 많고 인간으로서도 훨씬 된 사람이긴 한데... 대충 말하면 전 방어적이고 속 좁고 한 승질하는 귀찮은 성격의 갓여캐들을 매우 무척 몹시 사랑한답니다.
이쿠하라 포함 제작진의 시오리 다루는 방식에 불만이 없냐면 그건 아니지만....내 시오리와 우리 쥬리가 이렇게 갓캐인데 뭐 괜찮지 않을까?

쥬리와 시오리...치명적이지 않으면 죽는 그 때 그 시절..세기말에 나온 진퉁 애증혐관서사....
타입문이 내게 남성향 미연시에서 여여서사 착즙해 먹는 기술을 가르쳤고, 나노하는 날 본격적인 백합의 길로 인도했고, 동방뿌로젝트가 필멸자불멸자의 맛을 알려줬다면..쥬리와 시오리는 꼬이고 뒤틀린 애정의 고통스러움을 내게 깨닫게 해주었답니다.
요즘 애증 어쩌구 하는 관계치고 증을 제대로 그려놓은 관계 잘 없잖아? 그냥 뭐 좀 분위기 불온하네~~말투 좀 틱틱대네~~싶으면 혐관 애증 이러는 걸 많이 봤거든. 근데요...증오나 혐오라는 건 그렇게 가볍게 쓸 수 있는 감정이 아니란 말이여..우리 시오리쟝처럼 질척질척하고 음침하고 쟤를 엿먹이기 위해서 내가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런 마음가짐 쯤은 있어야 증오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글에서는 쥬리와 시오리의 관계를 7, 17화 중심으로 28화~29화와 37화를 살짝 곁들여서 생각해보려고 해!
난 29화는 잘 만든 사족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ㅎㅎ그래도 29화 없이는 해석 못하는 부분이 많거든ㅋㅋㅋㅋ쥬리는 각본연출을 담당했던 호소다 마모루(의 부캐 하시모토 카츠요)의 최애라 충분히 알기 쉽게 묘사된 편인데도 29화는 여러 모로 아쉬워ㅋㅋ 29화가 쥬리와 시오리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지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거겠지만ㅋㅋㅋ
이번 글은 영업글이긴 하지만 감상글에 가까워! 나랑 같이 우테나 7화 17화 28화 29화 37화 등등을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읽어주면 편할 거야ㅎㅎ 우테나는 현재 국내 판권은 없지만 비리비리 https://www.bilibili.com/bangumi/play/ep50889 에서 정식으로 볼 수 있어. 외부 자막 추가도 검색해보면 금방 나올거야~! 다들 나랑 같이 우테나 봐조라....
쥬리와 시오리의 관계....얘네 둘이 해피엔딩을 맞는게 오히려 설정붕괴 캐릭터붕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주 오지게 꼬여먹은 관계지만. 그래도 나는 쥬리와 시오리 사이에 이해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생각해. 얘네 둘이 서로에게 품은 감정은 이름은 달라도 결이 비슷한 거 같거든. 고통스럽기 그지 없는 감정에 붙인 이름이 서로 다를 뿐이지 결국 얘네에게 소중한 사람은 서로밖에 없으니까.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서라도 좋으니 언젠가는 두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날도 왔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1. 아리스가와 쥬리 : 사랑
BGM : 요네즈 켄시, 말과 사슴
다 씹어버린 껌의 맛을 아직도 맛보고 있어
아직 다 식지 않은 마음으로 하나하나 잃어버린 끝에 겨우 남은 것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뭐라 불러야 할지 나는 몰랐어
부르자, 꽃의 이름을 그저 딱 하나만
코끝이 떨리고 호흡이 멈추는 이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 채로도 좋아
하나만, 딱 하나면 충분해, 지킬 수만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좋았는데
지나치게 시시한 이 소원이 사라지지 않아
너와 나를 어디에 비유할까, 발뒤꿈치에 남은 닮은 상처를
맑게 갠 하늘을 엮으면 아직 계속 돼
가자 꽃조차 피지 않는 동안에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뭐라 불러야 할까 나는 몰랐어
부르자, 겁내는 그대로 꽃의 이름을
네가 아니면 안된다고
코끝이 떨리고 호흡이 멈추는 이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 채로도 좋아
지나치게 시시한 이 소원이 사라지지 않아 멈추지 않아
기적
사랑하는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
그러니 포기할 수 밖에 없어. 기적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으니까.
7화 전체를,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쥬리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대사.
마치 여우의 신포도처럼 간절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쥬리.
손에 넣을 수 없다면 처음부터 기적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지.
그래, 나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기적을 믿어. 마음이 전해질 거라고." 그게 그녀의 말버릇이었다.
쥬리는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을 해 왔어. 쥬리에게 기적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닿는 거야.
그러니 쥬리 에피소드에서 기적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해.
쥬리: "너는 알고 있니? 왜 모두가 장미의 신부를 노리고 있는지.
장미의 신부와 약혼하면 아무래도 기적의 힘, 세계를 혁명할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나 봐"
우테나: "결투로 히메미야를 두고 싸운다니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모두 진심으로 하고 있는 건가요?"
쥬리 : "네 말이 맞아. 장미의 신부를 노리고 싸운다니 확실히 바보 같은 소리지"
'기적이 이루어진다고 믿어, 마음은 전해진다고.'
쥬리: "그래. 기적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는데..."
두 사람 모두 학생회의 결투를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테나는 안시를 두고 결투하는 행위를 바보 같다 말하고, 쥬리는 기적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는데 그걸 얻으려는 게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미키 : "저렇게 많은 사람을 연속으로! 대단하네요. 이제 쥬리 씨를 이길 사람은 없겠어요."
그래서 나는 대체 무엇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걸까. 세계의 껍질을 깰 수 있는 걸까.
학생회 멤버들은 검술 대결(듀얼)을 통해 장미의 신부를 차지할 사람을 결정해. 장미의 신부를 차지한 사람은 기적의 힘, 세계를 혁명할 힘, 세계의 껍질을 깰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고 있는 쥬리는 얼마든지 장미의 신부를 손에 넣을 수 있어. 하지만 쥬리는 자신이 그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쥬리 생각에 자신의 바람은 결코 이뤄질 수 없으니까.
토가: "쥬리는 장미의 신부의 힘을 기적의 힘으로 부정하고 싶은 거야.
하지만 너는 정말 기적의 힘을 부정하고 싶은 건가? 닿지 않는 마음을 이뤄주는 것이 세계를 혁명할 힘이라고 한다면?
네 사랑을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렇다 해도 장미의 신부의 힘을 부정하고 싶은 건가?"
남자ver. 안시답게 가끔 굉장히 예리하게 핵심을 찌르는 토가.
기적을 부정한다면서, 닿지 않는 마음을 포기한다고 말하면서, 쥬리는 누구보다도 기적을 간절히 바라고 있어.
쥬리가 무엇보다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 기적이 아니야. 자신의 여성성이지.
쥬리는 장미의 신부인 안시를 혐오하고, 우테나가 "여성적인 선배를 보면 모두 놀랄거에요" 칭찬 하자 얼굴을 찌푸리고, 우테나의 왕자님 이야기를 듣고 분노해.
여자인 자신이 아무리 '왕자님'의 모습을 흉내내도, 어떤 왕자님보다 뛰어나고 멋진 사람이 되어도 시오리를 향한 쥬리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거든. 여자와 여자는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 여자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면, 여자인 채로는 아무리 뛰어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경쟁자 취급밖에 받지 못한다면....남자와 여자의 사랑과 행복도, 모든 걸 이뤄준다는 기적의 힘마저도 싸그리 부정해버리고 싶었던게 아닐까.
듀얼리스트가 된 쥬리의 목적은 가질 수 없는 걸 부숴버리고 싶은 욕망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르겠음.
사랑의 행방
시선이 향하는 곳
* 주의 : 헤테로 치정 삼각관계에서 착즙하는 거 아님
7화는 마지막까지 쥬리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긴가민가하게 만들어 놨어
지금에야 우테나가 오래된 작품이고 다들 백합인거 알고보니까ㅋㅋ 대부분 사람들이 쥬리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알고 보겠지만 모르는 뇌로 7화를 봤던 어린 나는 속아넘어감ㅋㅋㅋ내 눈엔 쟤가 우테나에서 (그나마) 제일 잘생긴 남캐같아서 쥬리가 좋아할만하네 생각했다그요ㅋㅋㅋㅋ
아니 근데 호쏘다가 왕자님 같은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흰장미 액자까지 써가면서 시청자를 기만했다구요!! 왕자님 공주님 거리는 작품에서 쥬리가 레즈일줄 감히 상상이나 했겠어??
근데 웃기게도 새끼오타쿠였던 난 쥬리가 사랑하는 남자를 시오리가 뺏았다고 여기면서도 시오리가 밉지 않았음
첨부터 시오리가 쥬리를 사랑하는 거 같다고 생각했거든...ㅋㅋㅋ 쥬리는 헤테로로 오해해놓고ㅋㅋ 편협한지 개방적인지 모를 사고관의 어린이였나봐.
아니 근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항상 그 사람을 보게 되잖아. 쥬리를 가장 좋아한다는 남자아이의 시선도 쥬리를 향해있지만 시오리의 시선 역시 쥬리를 향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쥬리의 상징인 주황색 장미를 건네는 시오리와, 주황색 장미 액자 속의 쥬리와 시오리.
그리고 17화에서 시오리 방 안을 장식하고 있는 주황색 장미...이건 내가 잘못 이해한 게 아니라니까? 시오리는 누가 봐도 쥬리를....
"쥬리에겐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하지만 그건 네가 아냐"
사춘기 여자애가 동성친구에게 집착에 가까운 우정 이상 사랑 미만의 울렁거리는 감정을 품는 것처럼...7화 당시 이름도 안 나온...저 보라머리 여자애 마음 속에...적어도 남자를 뺏을 만큼은... 쥬리를 향한 찐득하고 질척한 어떤 감정이 있을 거라고 사춘기의 나는 확신했었답니다.
그리고 공식이 보여준 건 그 이상이었다.
시오리의 편지
쓰지 못한 답장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역시 그는 쥬리 씨를 가장 좋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을 뺏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무엇 하나 당신을 이길 수 없었지만 그를 생각하는 마음 만큼은...
그래서 당신에게서 그를 뺏은 걸 후회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그건 제가 마음 속 깊이 바랐던 거니까.
기적을 믿어, 마음이 전해질 거라고...
이런 저를 분명 당신은 미워하고 있겠죠.
아무리 봐도 미움 받으려고 단단히 맘 먹고 쓴 편지 같지?
시오리는 쥬리의 펜던트 속에 쥬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이 들어있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러니 시오리는 입버릇처럼 말했겠지. "기적을 믿어, (쥬리 네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질 거라고."
그런 말을 해놓고 그 남자애를 가로채 버렸으니...시오리 생각에 쥬리는 자신을 미워할 수 밖에 없었음. 그래야만 하고.
편지에는 시오리가 쥬리에게 품은 열등감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어. "무엇 하나 당신을 이길 수 없었다"는 시오리.
시오리가 갈발남이랑 키스를 하고 사랑의 도피를 하면 뭐해. 편지에는 쥬리를 어떻게든 자극해보려는 마음만 가득한데. 사랑이라도 이겨보려는 처절한 열등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시오리가 그 남자애랑 사귄 이유는 "쥬리와의 관계를 바꿔보고 싶어서" 정말 그것 뿐이었음.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은 일로 미움 받을 수라도 있다면, 그걸로 쥬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힘들게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로 시오리가 쥬리에게 품은 열등감은 심각한 수준이었어.
셋이서 항상 함께하는 건전한 관계보다 미움 받더라도 동등한 관계가 되고 싶었던 시오리의 욕망.
하지만 쥬리는 누구보다도 시오리를 사랑하면서도 시오리의 곪아 터진 마음을 이해하진 못해. 시오리의 배배 꼬인 감정을 이해하기엔 쥬리는 너무 올곧은 사람이었고, 시오리의 마음까지 헤아려 주기엔 스스로의 사랑이 너무 고통스러웠거든.
편지 고마워.
건강해 보여서 기쁘네.
당신의 편지 한 글자 한 글자를 보고 있으니 지나간 세월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때는 뭘 하든 세 명이 함께했었지.
정말 즐거웠어.
하지만 지금 당신들 두 사람이 행복하게 빛나는 얼굴을 보니까 그리운 마음과 함께 부러운 마음도......

만약에 7화에서 쥬리가 원망과 미움으로 가득 찬 답장을 보냈다면... 시오리는 당장은 만족하고 오오토리 학원으로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쥬리는 답장을 쓰지 못해. 어떻게 쓸 수 있겠어. 그놈의 '기적'을 믿으라면서도 쥬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시오리를 사랑하는 쥬리의 감정을 500자로 설명하시오....
한편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답장 때문에 시오리는 견딜 수 없이 비참해졌을거야. 시오리는 쥬리와 동등해지고 싶어서 쥬리를 상처 입히고 자신을 미워하게 만들려고 별 짓을 다 하면서도 정작 쥬리가 자신에게 무관심해지는 걸 견디지 못하거든.
항상 자신의 우위에 있는 쥬리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쥬리가 사라지는 것도 견딜 수 없는 여자....타카츠키 시오리....시오리의 저 곪아터진 감정에 사랑이란 예쁜 이름을 붙여주긴 싫은데....저 감정을 설명할 단어가 사랑 말고 마땅히 없다는 사실이 제법 웃겨...
우테나와 안시
이상과 현실
우테나와 안시는 각각 이상과 현실을 상징하는 캐릭터야
캐릭터 구상 단계에서는 원래 한 캐릭터였던 걸 두 명으로 분리한 만큼 작중에서 두 사람은 주제와 맞물려 분명하게 대조됨.
이건 쥬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야. 쥬리가 우테나에게서 기적을 봤다면 안시에게선 현실을 봤겠지.
쥬리는 기적의 힘을 바라면서도 기적의 힘을 부정하고 싶은 사람이야.
쥬리가 바라는 기적은 "이뤄지지 않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 "시오리에게 자신의 마음이 닿는 것". 또는 "나도 시오리도 여자지만, 둘이 함께 행복해지는 것".
하지만 쥬리는 시오리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은 절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해. 시오리가 쥬리의 마음을 받아줄 여지가 없어보여서기도 하지만...쥬리 본인이 여자가 여자의 힘만으로 행복해질 리 없다고 단단히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
어쩌면 남자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쥬리에게 혁명은 막연한 무언가였을 거야. 쥬리는 기존 체제 속에서도 (사랑 이외의) 모든 것을 별 어려움 없이 얻어왔으니까.
그런 쥬리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우테나. 우테나는 쥬리에게 이상을 보여줘. 여자지만 남자교복을 입고 왕자님이 되겠다는 우테나는 듀얼에서 연전연승하며 장미의 신부를 손에 넣어 누구보다도 기적의 힘에 가까워졌지.
그런 주제에 왕자님이 되려는 이유가 '남자(어릴 때 만난 왕자님과의 추억)' 때문이라니. 기적의 힘에 누구보다도 가까우면서 결국 왕자님(남자)과 공주님(여자)의 행복을 운명처럼 말하는 우테나에게 쥬리는 빡돌아서 덤벼들지.
쥬리: "즉 너의 고결함이라는 건 좋아하는 남자의 말에 놀아난 멍청한 연극 같은거로군! 우스꽝스러운 연극이야! 그렇고 말고!
장미의 신부를 빼앗는다는 것도 네 왕자님을 향한 감성과 마찬가지로 바보 같은 일이겠지!
하지만 그럴 자격이 있는 건 정말로 고결한 사람 뿐이야!
너 같은 여자아이에게 장미의 각인은 어울리지 않아! 당장 장미의 각인을 버려!"
우테나 : "이건 그 사람과 나의 단 하나뿐인 인연이야. 빼앗길 수는 없어!"
쥬리 : "그렇다면 네가 말하는 기적이라는 걸 보여봐라!! 그 정체를 내 검으로 까발려주마!"
쥬리는 우테나에게 멋대로 기대를 품고 멋대로 실망하고 비난해. 그리고 우테나의 기적의 힘을 부정하기 위해서 결투를 벌이기도 해.
토가: "나는 왕자로서 여기 있는 외톨이 공주님을 구해준 거야, 그것 뿐이지."
쥬리 : "왕자, 말이지."
토가 : "이야기의 마지막은 왕자와 공주가 끝내야만 하지"
쥬리 : "아직 라스트 씬이 아니야."
"이 검을 쓰도록 해. 라스트 씬을 장식하는데 필요할 거야."
그러면서도 11화에서는 토가에게 패배하고 여자 교복을 입게 된 우테나를 도와주기도 한다? 토가의 말을 부정하면서 우테나에게 자신의 칼을 빌려주기까지 하는 쥬리.
쥬리가 우테나를 대하는 태도는 마치 기적을 대하는 태도와 같아.
쥬리에게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을 허황된 꿈.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것.
내가 이룰 수 없다면 남도 이룰 수 없었으면 하는 것. 하지만, 혹시 누군가(우테나)가 이룰 수 있는 기적이라면, 어쩌면 나도.
본편보다 순한맛이라 이걸 TVA판 해석하는데 참고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사이토 치호 쌤의 신작 만화에서 어린 쥬리가 펜싱을 시작한 이유는 시오리가 펜싱하는 사람을 왕자님같이 멋지다고 말했기 때문이야. 쥬리가 펜싱을 그토록 열심히 했던 이유가 시오리의 왕자님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면.
불가능하다 생각하면서도 '타카츠키 시오리의 왕자님(같은 존재)'이 되고 싶었던 쥬리. 이게 쥬리가 듀얼리스트로 남아있는 이유고, 학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러니 우테나에게 멋대로 기대를 품고 멋대로 경멸할 수 밖에 없었겠지.
"감기에 걸려서 다행이야! 어차피 소풍같은 건 귀찮다고 생각했거든? 그것도 올해부터 동물원이라지 뭐야? 애초에 동물원같은 데는 가고 싶지도 않았거든? 어차피 거기 동물원은 별 동물도 없잖아. 비둘기에 늑대에 사슴에 기린에...진짜 웃기지도 않네! 비둘기 정도로 해두란 말야!"
"너 정말 가고 싶었구나..."
7화는 그림자 연극을 통해서도 쥬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 감기에 걸려서 동물원에 못 간 애가 계속 동물원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동물원에 가고 싶어했다는 게 잘 느껴지지? 기적의 힘을 그렇게 부정하고, 기적을 이루려고 하는 우테나를 그렇게도 신랄하게 매도했으면서 누구보다도 기적을 간절히 원했던 쥬리처럼 말이야.
"아니야, 이건 우연이야. 기적과는 관계없어."
그리고 쥬리는 우테나에게 정말 '기적적으로' 패배해. 쥬리가 쳐낸 우테나의 칼이 공중에서 쥬리의 장미를 수직으로 꿰뚫어서 패배하지.
기적을 부정하고 싶지만 한편으로 믿고 싶었던 쥬리에게. 마치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처럼, 이 사랑을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한편 7화는 안시와 시오리를 반복적으로 같은 구도로 보여줌.
우테나가 쥬리에게 이상과 기적을 의미했다면, 안시는 정반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뜻해.
"기어오르지 마"
그리고 안시와 마찬가지로 시오리는 쥬리의 현실이었어.
잔혹하고 순수하게 이루어질 리 없는 사랑을 들이미는 현실.
장미의 신부, 마녀, 죽음의 아프로디테
공주님이 될 수 없는 여자들
장미의 신부의 힘은 곧 디오스의 힘. 이건 세계를 혁명하는 힘이자 왕자님과 공주님이 만들어내는 영원한 행복으로 이어지는 힘이야.
동화의 끝에 흔히 나오는 "왕자님과 공주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영원한 행복.
오오토리 학원은 소년들은 왕자님이 되기 위해서, 소녀들은 공주님이 되기 위해서. 세계가 정해 놓은 정상적인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사춘기 아이들의 왕국. 그렇다면 그 '정상적인 행복'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데미안의 구절을 인용하며 폼 잡는 학생회 임원들이지만 사실 쟤네는 자신들이 깨려고 하는 세계의 껍질이 무엇인지도 몰라. 무엇을 혁명하고 싶은 지도 모르지. 우리 모두가 사춘기 그 시절에 그랬듯 말이야. 우테나가 먼저 세계의 끝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학생회 애들이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기도 해. 그 앞에 놓인 건 아름다운 신데렐라 성 따위가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길도 지도도 없는 황야니까. 그럼에도 학생회 애들이 장미의 신부를 두고 다퉈온 건 학생회 애들 모두가 "세계를 혁명해야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지. 미키에겐 빛나는 것이었다면 사이온지에겐 우정, 쥬리에겐 사랑이었겠지.
학생회 애들은 하나같이 기존의 왕자님-공주님 체제에서는 원하는 걸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애들이야. 때문에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선 기적이 필요했고, 장미의 신부의 힘이 필요했음. 지켜야 할 공주님이 아닌 오로지 착취의 대상으로 남아 줄 여성이. 희생이 필요했던 거야. 결국 모두가 얻고자 하는 '영원한 행복'은 시작부터 누군가를 착취하고 희생시켜서 만들어진 것이었으니까.
멋진 왕자님과 사랑스러운 공주님이 되는 건 힘든 일이야. 나를 행복하게 해줄 완벽한 왕자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 같아. 왕자님이 되는 것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지만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선 반드시 왕자님과 공주님이 되어야만 해. 그러니 그 힘든 과정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손쉽게 원망하고 이용하고 내려다볼 대상이 필요해. '정상적인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저 마녀를 봐. 얼마나 비참하니?
장미의 신부인 안시는 작중에서 여성을 상징해. 공주가 되지 못하고, 인격체가 아닌 그저 욕망의 대상이나 물건으로 전락한 여성.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여겨지는 공주님이 아니라 승자에게 주어지는 트로피 또는 소유물. 기적을 얻을 수 있는 도구. 장미들의 공공재. 남성들에게는 욕망만을 위한 대상. 여성들에게도 창녀라고 손가락질 받는 존재. 우테나에선 안시로 대표되는 이러한 여성들을 '마녀'라고 불러.
그리고 우테나에서 마녀는 꼭 안시만 있는 게 아니야. '왕자님'의 '공주님'이 되지 못하는 여자들은 결국 마녀같은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어. 나나미와 그 추종자인 여자아이가 그랬듯. 서로를 해충 취급하면서.
나나미까지 갈 것도 없어. 29화에서 루카는 시오리를 멍청하고 이기적인 거짓말쟁이라고 매도했지. 시오리는 적어도 루카에겐 그렇게 심하게 욕먹을 만큼의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어. 오히려 루카가 시오리를 자기 목적에 이용했지. 그런데도 루카는 시오리를 마치 희대의 악녀처럼 여겨. 이유는 다른데 없어. 루카는 쥬리를 사랑했고, 쥬리는 시오리를 사랑했지. 쥬리가 시오리를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 시오리가 쥬리를 상처입혔다는 이유만으로...쥬리를 사랑하는 루카에게 시오리는 멍청하고 악랄한 '마녀' 같은 존재가 되는 거야.
여자아이인 시오리를 사랑하는 쥬리는 공주님이 될 수 없어. 그리고 쥬리가 혹 왕자님이 될 수 있다고 해도, 그걸 위해 아무리 펜싱을 갈고 닦고 안간힘을 써도 '시오리의 왕자님'은 될 수 없어. 시오리는 남자아이를 사랑하는 평범한 여자아이잖아? 쥬리의 마음을 받아줄 리가 없어. 설령 기적이 일어나 시오리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준다고 해도 거기에는 행복도 영원도 없어. 시오리는 공주님이 될 수 없고 쥬리는 왕자님이 될 수 없으니까. 이게 쥬리의 현실이었어.
자신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사랑하는 시오리가 행복해지길 원하는 쥬리. 이건 28-29화의 루카 에피소드에서도 잘 드러나.
쥬리는 레즈비언이고 시오리를 사랑하고 있지만 "여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왕자님(남자)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혐오하면서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함. 정확히 말하면 쥬리는 '타카츠키 시오리'의 행복에는 왕자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사랑이 전해지길 바라는 한편으로, 절대로 마음을 전할 수는 없어. 공주님이 되지 못하는 여자가 어떻게 되는지 쥬리는 안시를 통해 알고 있으니까.
https://youtu.be/KmiQreOWOho
쥬리의 테마곡인 '죽음의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는 우라누스의 잘린 남성기에서 태어난 미와 사랑의 여신. 그리고 여성의 생식력을 상징하는 다산과 욕망의 신이자 생명의 여신이기도 해. 한편으로 아프로디테는 금성(계명성, 아키오)을 뜻하지.
남자는 왕자가 되고 여자는 공주가 되는 것이 당연한 오오토리 학원에서 남성(아키오)을 사랑하지 않는 쥬리.
그런 쥬리를 표현하기에, 그리고 쥬리가 사랑하는 시오리를 표현하기에....이만큼 아름다운 단어로 표현된 적나라한 막말은 달리 없을 거야.
그 사랑에는 남성이 없기에 생식도 생명도 없다는 소리니까. 남은 것은 아름다움과 욕망, 그리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죽은 사랑 뿐. (7화 제목:이루지 못한 쥬리)
고통 이외에 아무것도 낳지 못하는 감정임을 알면서도 쥬리는 시오리를 향한 마음을 지우지 못해.
이룰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소중한 만큼 밉고 고통스러운 감정. 그게 쥬리에겐 사랑이었어.
펜던트
아리스가와 쥬리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펜던트는 시오리를 향한 쥬리의 애타는 사랑을 표현하는 한편으로 '쥬리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물건이야.
"이런 저를 분명 당신은 미워하고 있겠죠?"
"그래, 미워해"
"나의 마음을 네가 알아차리지 못해서...."
쥬리가 레즈인거 모르는 뇌로 저 펜던트에서 시오리 사진이 뙇 나온 순간의 충격 다시 경험하고 파
사진에서 얼굴 오려내는 거 미워하는 사람에게나 하는 짓인데 그 사진이 펜던트 속에 들어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을 해요???
단체 사진에서 몰래 오려 넣은 사진. 사진 속에서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시오리.
펜던트를 갖고 있는 한 쥬리는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어. 하지만 몇 번이고 버리려고 하면서도 쥬리는 펜던트를 끝내 버리지 못하지.
쥬리는 이걸 자신의 '약함' 때문이라고 독백해.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약함.
펜던트는 시오리를 향한 쥬리의 마음이면서,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고통,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시오리에 대한 미움. 그리고 기적에 대한 쥬리의 양가감정을 담고 있어.
그러니 시오리의 사진이 든 펜던트를 갖고 있는 한 쥬리의 사랑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음. 그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의 고통을 표현하는 물건이거든.
하지만 길고 오랜 짝사랑이라는 게 대부분 그렇듯 그 고통마저도 사랑의 일부인 이상...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의 일부인 이상...쉽게 끊어 낼 수도 없었겠지.
그러니 29화에서 펜던트가 부숴지는 건 시오리를 향한 쥬리의 사랑이 망가진 게 아니라,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끝났다는 묘사라고 생각해.
정확히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방패 삼아 시오리를 향한 자신의 마음과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쥬리의 도피가 끝난 거라고 느꼈어.
루카를 통해 쥬리가 얻은 것이 있다면 여자와 여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왕자님과 공주님이 될 수 있는 관계라도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이겠지.
짝사랑이 너무 오래고 괴로워 자신 혼자만이 고통스러운 사랑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주위를 볼 여유가 없었던 쥬리에게...자신 역시 누군가의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의 상대였다는 사실은 그것 만으로도 성장의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어.
쥬리는 레즈비언이야. 아무리 루카가 헌신적이었다고 해도 남성인 루카가 쥬리의 사랑의 대상이 될 순 없어. 그러니 마지막에 루카의 빈 의자를 쥬리가 돌아보는 연출은 쥬리가 겨우 시오리 이외의 주변을(자신의 마음을 포함해) 둘러볼 여유가 생겼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결국 우리는 누구도 너에게 이기지 못했어. 생각해보면 학생회 멤버인데 내 일만을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한심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내 일만으로도 벅차."
"시오리 씨 이야기인가요."
"어째서일까. 스스로의 마음인데 왜 자유롭지 못한걸까."
그 증거로 37화에서 시원한 표정으로 우테나와 대화하는 쥬리.
"나한테도 네 사진을 주지 않을래?"
"어쩌려고요?"
"새로 산 목걸이에 넣을까 해서."
그리고 고통스러운 사랑 그 자체였던 펜던트를 가지고 농담 따먹기를 하기도 해.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거겠지.
물론 쥬리는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 시오리를 사랑할 거야. 사랑이 그리 쉽게 사라지는 감정은 아니니까 여전히 고통스럽기야 하겠지.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시오리를 향한 짝사랑을 계속하더라도. 그럼에도 그건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이 흘러가는 감정이 아니라 쥬리 스스로가 선택한 거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아무 걱정할 것 없어.
그리고 그런 쥬리의 뒤에 남겨진 시오리. 대화를 듣는 시오리의 반응ㅋㅋㅋ 난...아무리 생각해도 타카츠키 시오리 쟤가 뼈헤녀같진 않아ㅋㅋㅋㅋㅋ 레즈란 소린 아닌데ㅋㅋㅋ
TVA판 이후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함께 행복한 미래는 찾아올까? 그걸 생각해보려면 우선 17화를 통해 시오리의 심연을 들여다봐야겠지.
근데 너무 길어져서 일단 한번 끊고 갈게! 얘네 둘 관계 내 덕질 인생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관계 중 하나라ㅋㅋㅋㅋ 고통스러운데 글 짜내다보니 횡설수설하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양해해줘....ㅋㅋ글 하나 쓰기가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내가 우테나 글을 또 쓸 일이 언제 있겠어? 난잡해보여도 한 번 쓸 때 하고 싶은 말 다 해야지ㅋㅋㅋ
하편 시오리 편은 시간 되는 대로 써서 돌아오도록 할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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